내가 느끼는 여러 사회 현상들에 대한 생각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표현해 봤다.
소설은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기에는 조금 애매모호한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이 읽는 사람에게 나만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본인들만의 의견들을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초간단 단편 소설' 빨간 하이힐' 작품 설명
비싼 외제차를 타고 명품 옷을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물건이 자신을 대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 벤츠를 타면 품격 있는 럭셔리한 삶을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렉서스를 타면 의사나 변호사같은 화이트칼라 직종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의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그래서 물건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판다.브랜드는 그 물건을 소유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를 대표한다. 적어도 그 물건을 소유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물건을 보고 그 사람을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물건이 그 사람 자체를 대표하지는 못한다.
'물신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 뜻은 물건을 신격화한다는 의미정도가 된다. 물건을 신처럼 여긴다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보다 물건을 믿고 사람보다 물건을 소중히하는 세상.
초단편 소설 '빨간 하이힐'은 사람보다 물건을 우상시 하는 현 시대에 대한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해보고자 써본 소설이다.
빨간 하이힐
분명 이 사람이 범인이다. 꾀죄죄한 옷차림에 더벅머리, 그것도 모자라 계슴츠레한 눈빛까지.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어라.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땐다. 결국 겨짓말 탐자기를 사용한다. 역시 이 사람이 범인이다. 거짓말 탐자기의 요동치는 곡선이 진실을 말해준다. 이 사람 구제불능이다.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를 보고도 범행을 부인하다니. 이 값 비싼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어리석기는, 당장 피해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모자를 판에 억울하다니. 반성의 기미가 안보인다. 이 거짓말 탐지기가 얼마나 비싼 건지 알고나 하는 소리일까?
이 빨간 하이힐만 신으면 몸매가 두배는 좋아보일 것이라는 종업원의 말이 맞았다. 사실 난 몸매에 자신이 없다. 짧은 다리에 볼품 없는 뒷태. 그런데 새로 구입한 빨간 하이힐을 처음으로 신고 탄 지하철에서 하이힐이 진가를 발휘했다. 어떤 남자가 자꾸 내 다리를 쳐다보는 것이다. 역시 비싼 돈 쓴 보람이 있다. 갑자기 지하철이 흔들린다. 그리고 누군가 내 엉덩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분명 그 자식이다. 나는 너무 불쾌한 나머지 뺨을 갈겨주고는 경찰서로 가자고 소리를 쳤다. 빨간 하이힐의 효과가 너무 지나쳤던 걸까. 역시 하이힐은 신어줘야 몸매가 빛을 바라나 보다. 음흉한 자식 이쁜 건 알아가지고. 이 하이힐만 있으면 나도 섹시한 뒷태를 자랑하는 퀸카가 될 수 있다.
난 정말 결백하다.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나는 전혀 무관하다. 애초에 그런 볼품 없는 여자애게는 관심도 없다. 나는 그저 평소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멍하니 서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하철이 급정거 하는 바람에 갑자기 내 앞에 서있던 여자가 휘청거렸다. 갑자기 날라온 손바닥에 맞아 아직도 왼쪽 볼이 얼얼하다.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 결국 거짓말 탐자기로 내 결백을 증명하기로 한다. 어? 거짓말 탐지기의 곡선들이 이상하다. 난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 내 말은 믿지 않고 저런 기계만 믿다니. 난 정말 결백하다.
초간단 단편 소설'일요일 오후2시' 작품 설명
공무원이 꿈이된 나라는 희망이 없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현상황이 그렇다. 누구나 안정적인 직업을 꿈꾼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은 공무원밖에 없다. 적어도 한국의 청년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청년의 입장에서 공무원으로서의 '평범하고 지루할 수 있는 하루하루도 소중하다'고 얘기하는 '매일초'라는 시를 읽고 느낀 바를 소설로 만들어봤다.
일요일 오후 2시
일요일 오후2시. 평소처럼 TV를 켠다. 평일에 보지 못한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시청한다. 눈은 TV 화면을 향하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월요일 출근을 걱정한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3년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할 당시에는 나름 자부심이 넘쳤다. 3년 간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노력한 결과였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활기찬 출발과는 달리 매일 반복되는 생활은 나의 열정을 앗아갔다. 매일이 똑같은 생활 패턴에 똑같은 일. 내가 3년 간 노력한 결과가 고작 이것뿐이란 말인가.
평소와는 다르게 TV를 끄고 무작정 밖으로 나간다. 오늘만큼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다. 막상 나가보다 할 일이 없다. 절망스럽다. 결국 이렇게 매일을 평범하고 지루하게만 보내야만 하는 거일까. 그때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 책방이다. 옛날 공시생 시절 가끔 갔던 곳이다. 책방에 들어가 인생을 특별하게 해주는 취미와 관련된 책들을 뒤적인다. 마땅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한 숨을 쉬며 고개를 떨군다. 그 때 우연히 한 시집이 눈에 들어온다. '호시노 토미히로'. 모르는 이름이다. 적당히 책장을 넘겨 시를 읽는다.
제목. 매일초.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일요일 오후 2시. 나는 시 한편을 읽는다.
2018/05/26 - [나만의 생각] - 초간단 에세이, 초간단 소설 5편
2018/05/23 - [나만의 생각] - 초간단 단편소설 '비광 속 그 남자. 오노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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