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세정, 조현우
두 작가 모두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Be stupid' 스마트함만을 강조하는 세상(심지어 핸드폰도 스마트 폰이다.)에 일침을 가하는 독특한 디젤 광고의 예전 카피다. 내가 스마트함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 디젤광고가 마음이 든다. 나는 이 광고의 카피를 이렇게 해석했다. "세상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멍청하게 바라봐라. 그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얻고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SMART한 시대는 새로운 콘텐츠나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우리의 새로운 생각이나 시도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우리들이 할 일이라고는 그저 똑똑한 콘텐츠들이 제시해주는 가이드라인을 따라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뭔가 매력없고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의 저자는 디젤 광고의 카피처럼 'STUPID'한 시각으로 고전을 엿보고 있다. 저자는 '옹고집전'을 보면서 진정한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춘향전'을 보면서 변학도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책속의 줄거리를 인용해 '옹고집전'의 스토리를 말해보면 이렇다. 성질이 몹시 고약한 옹고집은 매사에 심술을 부린다. 옹고집은 집에 시주를 받으러 온 도승인 학대사에게 조차 심술을 부리고 심지어 쫓아내기까지 한다. 그러자 학대사는 허수아비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보내고 이로 인해 옹고집은 온갖 수모를 겪는다. 결국 옹고집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대사는 부적을 주어 가짜 옹고집을 없애준다. 옹고집은 온갖 고생을 경험하며 개과천선하여 착하게 산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옹고집 전을 통해 진정한 '나'에 대해서 생각한다. 만약, 나와 모든 것이 똑같은 허수아비가 나의 행세를 하고 다닌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또 저자는 '춘향전'을 통해 악역을 맡고 있는 변학도의 입장에서 춘향의 절개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춘향전'과 '옹고집전'이외에도 우리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워온 다양한 고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한다. 저자가 제시한 새로운 시각은 우리가 시험을 치고 외워온 고전의 해석방법과는 조금 다르다.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의 저자는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고전을 바라본다. 적극적이고 독특한 시각이다. 그래서 새롭고 재미있다. 다양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세상이다. 영화, 드라마, 다양한 소설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 출생의 비밀, 백마 탄 왕자님, 가난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는 단골 메뉴고 거기에다가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내용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지겹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그저 작가 의도한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고 예상된 결말을 보고 만족해한다. 이제는 고등학교 때 배운 해석법을 버릴 때가 된 것도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고전은 좋은 것이니까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스마트한 시대에 스마트한 시선이 지겨운 사람들에게, 뻔한 이야기로 점철된 대중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새로운 관점을 경험하고 나면 기존의 뻔한 스토리들이 새롭게 보일 지도 모른다. 기존의 대중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 마지막으로 한국 드라마 작가들에게도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추천지수 : ★★★★☆
뻔한 대중문화 콘텐츠에 지친 분들에게 추전합니다.
8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신선하게 다가와 좋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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