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추스잉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가이자 NGO 활동가. 열어섯 살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인도네이사와 말레이시아, 태국을 여행하며 '다른 세계'에 매혹되었다. 이후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다르지만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차이점과 공통점을 함께 나누고 있다. (타이완 가오슝에서 태어나 이집트 AUC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학을 공부했다.)
미얀마 사람들이 작은 슬리퍼를 신는 이유
미얀마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반드시 복사뼈까지 내려오는 하의인 론지(longyi)를 입고 붉은색 모직을 덧댄 소가죽 슬리퍼를 신는다. 미얀마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슬리퍼를 신고 보내기 때문에 편안한 슬리퍼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슬리퍼를 살 때 이상하게 한 치수 작은 것을 샀다. 뒤꿈치가 슬리퍼 밑창 밖으로 나온 것이 딱 봐도 불편해 보였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현지 친구의 설명을 듣고 나서였다. "미얀마는 우기가 길잖아. 그래서 슬리퍼가 발보다 조금만 더 길어도 걸을 때 빗물이 튀어서 론지 밑이 금방 더러워져."
저자 추스잉은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다. NGO 활동은 물론, 영국 환경컨설팅 기업, 미국 그린에너지 기업의 아시아 파트너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유엔 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의 일환인 르완다 바이오에너지 농장 설립등을 돕는 일도 했다고 한다. 물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다양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나는 알고 있다고!."라고 말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Joan K, Rowling)과 비교해보면 화실히 '추스잉'이라는 이름은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이렇게 보면 사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긴 한다.) 나는 "그래서 나는 오늘 외국어를 시작했다."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추스잉'이라는 작가를 접하게 됐다. 사실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이라는 책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외국어를 시작했다.'라는 책이 좀 더 나의 취향에 맞았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오늘 외국어를 시작했다.'라는 책을 계기로 이 책도 읽게 됐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작가가 배우고 느낀 점들에 대해서 서술한다. 여행을 통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보니 다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얘기들도 있긴 하다. 독특하고 신기한 경험들을 소개해주고 이를 읽는 즐거움은 있으나 이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독특하고 신기한 이야기들 중에는 베트남, 미얀마, 타이완, 아랍등의 문화에 대해 소개해주는 내용이 있다.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외국의 문화나 생각들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반면에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작가의 생각도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본문 내용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여행은 그냥 결혼과 성공에 대한 부담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 세상 구경하며 신나게 노는 유흥이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사람을 불러놓고 이렇게 구석으로 몰면 어떡해!"
저자는 여행자로서 여행 DNA를 끊임 없이 강조하고 여행의 중요성과 여행자의 자세에 대해서 얘기한다. 헌데 위에서 말한 저자의 생각을 보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로써의 여행은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꼭 무엇인가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이여야만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내 생각은 다르다. 단순히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신나게 놀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그렇게 놀면서 떠났다가도 무엇인가 배우게되는 의외성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여행자로서의 타 문화에 대해 열려있는 마음과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여행 DNA라고 표현한다.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대강 여행 DNA가 뭔지 저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여행에 대한 자세에 대해 감을 잡게 될 것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여행 DNA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다름을 다름으로서 그대로 인정하는 것.' '오해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것.' '다른 사람의 취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 뭐 한 마디로 사람의 다양한 면들을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여행 DNA까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많이 들어본 말이고 누구나 아는 말인데 그렇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는 한 사람의 아주 작은 부분을 보고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고 재단하려고 한다. 자기 자식이 결혼할 사람이라고 소개한 사람을 봤는데 그 사람이 흑인이라면. 몸이 뚱뚱한 사람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의 한 가지 부분만을 보고 그 사람 전체를 추측하고 재단하는 것은 정말 폭력적인 생각이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대상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세상을 특정 스테레오타입을 통해 이해한다. 몇 가지의 작은 특징들을 보고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의 작은 특징들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만다. "좋은 차를 타는 사람은 인성도 훌륭하고 돈도 많고 분명 좋은 사람일거야. 뚱뚱한 사람은 분명 게으르고 자기 관리도 엉망으로할 거야." 하지만 모두 알고 있듯이 좋은 차를 끌고 다닌다고 그 사람자체가 훌륭하지 않을 수 있으며 뚱뚱하다고 해서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소흘히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에도 이 책이 나에게 가치 있게 다가온 부분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다. 여행을 통해 타문화를 접할 때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사실 일상 생활에서도 너무나 쉽게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주 작은 차이, 아주 작은 다름을 크게 부풀리고 대상을 함부로 재단하고 비난하기 일수다. 나 또한 그랬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를 극복하는 데에는 분명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대상을 함부로 재단하려는 편견들을 이성으로 억눌러 다름은 다름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자신의 신발보다 작은 치수의 신발은 신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또 편견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고 섣불리 재하지 않을 것.' 인생을 여행하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인생의 여행 DNA가 아닐까 생각한다.
추천지수 : ★★★☆☆
각 나라별 독특한 문화에 대해 배워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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