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죽음에 대한 경험적이고 의학적인 접근 '어떻게 죽을 것인가 '

by BUlLTerri 2018. 6. 8.
반응형


저자: 아툴 가완디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윤리학과 철학을공부했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의이며 '뉴요커 The New Yorker'지 전속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

그러나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


죽음을 일종의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실험이 시작된 것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역사가 짧은 셈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인다면 좀 더 '인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신장암을 앓고 난 뒤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가장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다. 당시에 나는 이 책을 셸리 케이건의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과 함께 동시에 읽었다. 셸리 케이건의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죽음에 대한 경험적, 의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사실 '신장암'이라는 의외의 해프닝이 없었다면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을 탐독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죽음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아직은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죽음'이라는 사건이 갖는 비예측성과 엄청난 영향을 고려한다면 사실 미리부터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한다는 것이 죽음을 걱정하고 삶의 허무함을 한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죽음을 생각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인간다운 마지막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 '아툴 가완디'는 현대의 의학이 지나치게 살리는 것에만 관심을 둔 탓에 죽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의학이라함은 당연히 사람을 살리는 것에 그 목적이 있을 것인데 살리는 것에만 관심을 뒀다는 주장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안락사 문제를 살펴보면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행위인지,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권리가 있는 지'등 안락사 문제는 아직도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데 그치는 일명 '연명치료'와 같은 행위가 인간다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안락사'보다 우선시 돼야할 지는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아툴 가완디는 본인의 아버지의 죽음, 의사로서 지켜봤던 여러 환자들의 죽음을 책속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정신 적인 측면 뿐만이 아니라 의학적인 부분에 있어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들에 대해 제시한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공유 하고자 한다.   

 건강 관리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나이가 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요소를 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건강에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급격한 건강악화는 넘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하체에 근력이 저하돼 계단을 오르거나 단순히 길을 걷다가 넘어지고 그 이후부터 다시 잘 걷지 못하게되면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된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걷고 설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모두 급격히 약화되며 인간다운 삶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차원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걷고, 먹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건강한 사람이면 당연하게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지속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아버지의 마지막을 책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의 아버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충성심이나 정체성을 희생하지 않고 인간다운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는 아버지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저자의 마음과 아버지가 원하는 평화로써의 죽음이 담겨져 있다. 이 과정을 보며 1분, 1초라도 조금 더 오래 삶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유지시켜주고 평화로운 마지막을 존중해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는 모두 의사이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죽음에 대한 철학도 아버지를 평화롭게 보내드리는데 일조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현대의 한국은 평화로운 죽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단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지금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금기어처럼 여겨지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어떤 것이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죽음일까. 여러 기계장치들과 약들로 생명의 불씨를 마지막까지 쥐어짜내어 더이상 타오를 수 없을때 비로소 찾아오는 죽음이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죽음일까.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저자의 신념을 나타내주는 문장을공유하고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못 생각해 왔다. 우리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이상의 일을 해내야 한다. 바로 환자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행복은 한 사람이 살아 있기를 바라는 이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삶의 이유는 단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거나 심각한 장애를 겪게 됐을 때만 중요한게 아니다. 인생 전반에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中-




추천지수: ★★★★☆


저자는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마주할 수 밖에없는 조금은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 담대하게 써내려갑니다. 

쉬운 문장과 구체적인 사례로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조금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