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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승연 작가의 영어 잘하는 방법 '플루언트'

by BUlLTerri 201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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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승연 

 

 세계문화 전문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다. 지금은 한문과 중국어를 배우며 동양 언어 공부에 매진하는 동시에 영국 노팅햄 대학 영어언어학 석사 과정을 원격으로 수학하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뉴욕대 경영학교를 졸업했으며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여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꼴드루브르에 합격해 2년간 수학했다. 


 

 내가 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순전히 TV방송 때문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강의 형식을 빌려 '조승연' 작가가 외국어 습득에 대한 강의를 했었다. 최근에도 종종 매스컴에 언어천재로 소개되고 있는 '조승연' 작가가 알려주는 영어 유창성의 비밀이란 무엇일지 궁금함을 견디지 못해 책을 읽게 됐다. 물론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영어가 술술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화려한 이력을 보자 그가 밝히는 영어 유창성의 비밀이란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한국 사람에게 영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실용적인 측면에서 영어의 유용성을 살펴보면 영어실력은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영어로 작성된 전세계의 엄청난 정보들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한 단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것이다. 헌데 한국에서의 영어 열풍은 영어의 실용적인 측면을 감안하고서라도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을 보태면 신분상승의 효과를 준다고까지 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유창한 발음으로 외국인과 능숙하게 대화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심지어 영어와 연관성이 별로 없어보이는 연예계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사실 한국어는 잘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매스컴에 노출되는 연예인들을 보면 오히려 영어는 잘하지만 한국어는 어눌한 사람이 매력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영어를 우상화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조승연 작가는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영어 우상화의 원인을 과거 역사에서 찾았다. 일본과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1세대 영어 선생님들은 앵글로-색슨 우월주의자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아시아의 영어 교육은 유난히 '백인 중산층'식 발음과 문법을 강조했다고 한다. 유창한 발음의 영어는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을 대변했으며 모두가 중산층 백인이라는 계층에 속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중산층 백인이 되고싶다는 열망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것의 방증이 현재의 영어에 대한 우상화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조승연 작가에 의하면 우리가 모두 원해 마지 않는 백인 중산층의 원어민 표준 발음은 사실 허구에 불가하다고 한다. 원어민 표준 발음은 사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시민이 아니라 미국의 중부 시골인 일리노이 주의 소도시 밀워키 주민의 영어발음이 기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전국 방송 채널 중 하나인 ABC가 모든 미국인이 공통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을 조사하다가, 이 동네 사람들의 발음이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나 선택했다고 한다. 좋은 발음이 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가장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발음이었기 때문에 선택된 발음인 것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영어란 굳이 우리가 생각하는 원어민 발음을 구사하는 영어가 아니다. 영어의 특징은 자유롭게 굽어지고 변형된다는 것이다. 표준발음, 표준영어가 아닌 중국식 영어, 한국식 영어, 프랑스식 영어가 존재하고 각각의 영어방식에는 우열이 없다. 생각해보면 언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일뿐이다. 언어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조승연 작가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영어가 우상의 대상이 되서는 안되며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우쭐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어를 익혀야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영어의 실용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아쉽게도 링구아 프랑카(서로 다른 모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공통어)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는 너무 어렵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필수교육 과정에 포함시켜 정말 꾸준히 교육시킨다.(잘못된 교육방법이긴 하지만 ) 회사, 각종 공무원 시험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영어 시험이다. 공부하면 할 수록 영어는 어렵다. 그런데 영어를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고민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에게 영어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정부의 외교 훈련기관인 FSI(Foreign Service Institute)가 발표한 영어권 사람들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난이도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언어에 재능이 출중한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언어에 대한 난이도를 살펴보았는데 그 중 최고 난이도인 5단계에 아랍과 아시아국가들(한국어 일본어 등)의 언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최고 난이도인 5단계는 이교관들이 최소 88주 이상 공부해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의미한다. FSI의 조사 결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인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여한 일이다. 

 그렇다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시아인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타 서양인들보다 영어를 배우는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서양인과 동양인들은 생각의 흐름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양인들은 움직임을 보고, 동양인들은 전체를 본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번 소개돼었던 각종 실험들을 살펴보면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의 인식 차이는 유의미하게 다르다. 언어와 사고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움직임을 보는 서양인들의 언어와 전체를 보는 동양인들의 언어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물건을 세는 것부터, 이름을 말하는 것까지 정말 너무 다르다. 한국은 자신이 속해있는 성씨를 먼저 얘기하고 이름을 후에 얘기하지만 서양권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힌 후 성을 얘기한다. 단순히 이름을 말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다른데 영어를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에 대해 자신을 탓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영어는 원래 어렵다. 

 제복부터 '플루언트'로 유창한 영어의 비밀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특별한 비밀이 있지는 않다. 다만 책을 읽다보면 모두가 알고 있듯이 현재의 한국의 영어 교육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저자가 얘기하는 유창한 영어 수준은 영어로 시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와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문법 암기, 단어 암기 위주의 공부로는 불가능하다. 올바른 방법을 통해 꾸준히 열심히 해야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올바른 언어 습득 방법은 무엇일까. 몇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시, 고전, 문화, 철학에 관한 책을 탐독하고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권 국가의 사람이 단순히 문법을 외우고 단어를 암기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예능프로나, 개그프로를 보고 우리와 공감하여 웃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요즘 유행하고있는 영화 100번 봐서 영어 잘하기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시험용 영어가 아닌 그들의 문화와 일상어가 담겨있는 영화를 여러번 보고 따라서 말하면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도 국어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말을 하지는 않는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국어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하고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간단하다. 말을 잘하고 싶으면 말을 많이 해야하고 글을 잘쓰고 싶으면 글을 많이 써야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공부해본 경험이 전무하다. 그 흔한 어학연수조차 가본적이 없고 교환학생도 가본적이 없다. 물론 여행은 많이 가봤다. 그럼에도 영어를 전혀 못하지는 않는다. 덤으로 일본어는 프리토킹이 가능한 수준이다. 아무래도 일본어는 한국어와 유사한 부분이 많고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한국과 문화가 유사하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초등학생 수준의 실력이지만 이정도까지 오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긴 했다. 자격증이나 시험 점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영어는 오픽 IH, 토익은925점, 일본어는 JLPT N1 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어는 일본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해본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물론 하루에 3~4시간씩 꾸준히 약 1년간 매일 일본어 어휘를 암기하긴 했다. 영어는 '캐치미 이프유 캔'이라는 영화를 100번 넘게 봤고, 음성파일로 변환한 '캐치미 이프유 캔'을 1000번은 들은 것 같다. 사실 언어를 잘하는 것에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이정도로 했는데도 안늘어?" 수준까지는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해야 언어를 조금이라도 습득할 수 있는 것 같다.(특히 국내에서는) 어느순간 마법처럼 안들리던 영어가 들리고 생각도 못했던 말들이 저절로 영어로 말해지지는 않는다. 모르면 찾아보고, 읽어보고, 외우고, 얘기해보고 꾸준히 임계치에 도달할 때까지 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렇게 보면 운동과 언어습득은 닮은 점이 있는 것같다. 언어는 학습이 아닌 꾸준한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쓰다보니 뻔한 소리만 하게 됐는데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보면 전부 뻔한 말인 것 같긴하다. 근데 그 뻔한 것을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추천 지수 : ★★★★☆


동서양의 생각차이, 문화차이, 언어차이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어의 역사와 뿌리에 대해서도 배워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어와 타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흥미롭게 금방 읽어 내려가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 한 권으로 영어 습득의 엄청난 비밀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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