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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생각

경험의 오류, "내가 해봐서 아는데."

by BUlLTerri 2018.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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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마음의 평정에 대해 3.8b


나이 외에는 오래 살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늙은이들이 너무 많다. 


오래 살았다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긴 시간을 살면 오래 산 것일까? 평생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살아온 사람이든, 평생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온 사람이든 똑같이 100년을 살았다면 같은 삶인가? 

그것이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오래 살았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다. 우리가 '오래 살았다'는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은 '오래도록 가치 잇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평생 남에게 고통을 주면서 10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사는 것보다는, 짧게라도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며 10년을 사는게 더 낫지 않겠는가? 


얼마나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의 시간을 살든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하루 10분 내인생의 재발견 中에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 최근 구속돼 재판을 진행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던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돌이켜보면 나도 저런 말을 몇번 사용한적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보자면 이런 말은 적어도 '성인'이라고 칭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들이 쌓이고 자신은 해본 경험을 타인은 해보지 못했다는 판단이 서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이 쉽게 튀어나온다.

 이쯤에서 궁금한 부분이 하나 떠오른다. 진짜로 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일까? 물론 해보지 않고 말하는 것보다는 그 설득력이 한 수위일 수 있겠으나 해본다고 정말로 아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아 있다. '경험'이라는 것은 객관화가 불가능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억에 의존한 흔히 말하는 '뇌피셜'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험의 주관성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흔히 인용하는 예가 있다. 바로 눈이 불편한 사람에게 코끼리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모두 다른 묘사를 한다는 예시다. 눈이 불편한 사람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각각의 사람에게 코끼리의 다른 부분을 만지게 하고 코끼리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만진 부분에 따라 전혀 다른 설명을 하게된다. 여기서 '코끼리를 만지는 행위'가 경험이 되는 것이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화법에서는 '해봐서'가 이에 해당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에서 '아는데'에 해당하는 부분은 코끼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되겠다. 그렇다. 경험이라는 것은 너무 제각각이라 어떤 주장을 정당화하는데 있어 그닥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보자면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나는 꼰대를 자신의 경험이나(앞서 말했듯이 경험은 사실 그저 개인적인 사적 영역일뿐 사실 무기가 될 수 없다.) 지위를 무기 삼아 억지로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얘기해서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아는척 우기는 사람을 뜻한다고 본다. 꼰대가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시민 작가가 말했듯 취향고백과 주장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취향고백은 개인의 주관적 영역이며 주장은 근거를 필요로 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사실 근거를 필요로 하는 주장이다.그런데 해봤다는 것은 근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저 문장 자체는 논리적으로 성립 될 수가 없는 문장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보다는 "나의 경우에는.."으로 시작하는 것이 좀더 어른스럽게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나이를 중요시 한다. 그래서 소위 나이가 많은 '어른' 또는 '어르신'에 대한 공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이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진짜 '어른' 또는 '어르신'이라는 존경의 의미가 담긴 대상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이만 많이 먹었다고 해서 전부 '어르신'이 아니라는 소리다. 흔히 나이값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기원전에 태어난 철학자인 세네카도 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불만이 컸던 모양이다.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히 먼 옛날의 철학자 '세네카'도 자신의 살아온 경험을 뽐내는 자들에게 저런 글을 쓴 걸 보면 슬프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나이가 아닌 삶 자체에서 '어른'의 향기가 풍겨나는 진짜 멋진 어른이 되고싶다. 나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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